취미생활이 있으면 삶의 윤활유가 되어서 팍팍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저처럼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고 있으면 더욱 그러하죠. 취미라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싶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에만 매달려 있으니 본인의 취미가 뭔지도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낼 듯 합니다. (제 또래의 사람들도 사실 취미가 딱히 있진 않습니다. 제가 여러 취미를 가진 걸 부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더군요)

 

여하간, 취미가 있는 사람은 그 취미만 가지고 돈벌어먹고 살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화가, 만화 그리는 사람은 만화가, 글 쓰는 사람은 소설가 등등.. 저 역시 제 여러 취미 중에 하나인 만화를 직업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취미가 정말로 직업이 된다면..? 정말 즐거울까요?

 

제 취미는 만화그리기, 피아노 치기, 음악 연주하기(키보드 뿐이지만), 글 쓰기, 그림 그리기(만화가 아닌 회화), 스포츠 관람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죠. 그 취미들 중 직업으로 가져보고 싶었던 것은 만화가, 소설가, 스포츠 에이전트 3가지입니다.

 

이 중에서 직업이 되었을 때, 일에 파묻혀 힘들어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이 스포츠 에이전트일 듯 합니다. 사실 더 좋아하는건 만화임에도 이런 결론이 나는 것은 개인의 성향이라는 부분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그림을 좋아하고 그려본 경험이 적은 사람들보다는 잘 그리지만, 재능이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사람이 만화가로 가게 되면 성공할 확률이 낮습니다. 가난하게 살면서 즐거움을 찾기란 힘든거죠. 어지간히 마음을 비우고 도를 닦으며 수행하지 않는 한.

 

설령 성공하더라도 제 성격상 마감에 쪼이면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성격이 저의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 때 상충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달자면, 류현진을 LA 다저스와 계약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협상을 대신해 준 사람인 스캇 보라스가 스포츠 에이전트입니다) 제가 강렬히 원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제 성격에 가장 맞는 직업일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통계 분석을 통한 근거 자료 만들기에 능합니다. 그런 자료를 근거로 협상에 임하는 자세도 좋은 편입니다. 협상에서 강하게 주장하면 잘 될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강력한 권한을 가진 회사의 상사나 그런 것이고, 협상이라는 자리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대화로 풀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얻어내는, 그러면서도 상대는 만족해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입니다. 그래야 관계가 지속되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면이 비교적 강합니다.

 

따라서 스포츠에이전트는 정말 제게 딱 맞는 직업인거죠. 선수의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연봉을 얼마나 받아야 되는지 내밀고 협상에 들어갑니다. 그러면서 감성적인 부분도 긁어주지요. 아쉽게도 스포츠에이전트라는 직업을 나중에야 알게되어서 전업을 못 했다는 점..

 

남의 말 경청을 잘 하는 편이라 심리상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심리학과 들어가기엔 이미 나이가 많아져서 좀 안타깝습니다.

 

각설하고,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려면 본인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그 직업의 실체 파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 직업의 겉모습만 보면 안 되고 이면에 숨은 부분을 봐야 합니다.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앞서 강조했던 깊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뒤에 쓸 글의 주제입니다만,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혼자 아무리 생각해도 실체를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니까요. 직접 눈으로 보는 것 만큼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절대로 단순한 모습으로 직업을 선택하면 안 됩니다.

돈 많이 버는 만화가만 보고 맨날 만화만 그리니 행복하겠다 해서 만화가를 선택하다가는 반지하 골방에서 나이 먹도록 데뷔도 못 하고 어시만 뛰는 자신을 보게될 수도 있습니다.

 

치밀하게 분석하고 냉정하게 판단, 결정해야 되는게 직업입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평균 수명이 길어진 현 세상에서는 오래도록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됩니다. 유행을 좇는 행위도 정말 위험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여러 직업들의 숨은 이면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많은 직업을 경험해봤을 리는 만무하겠죠? 간접 경험과 꾸준한 사고만으로 내리는 답들입니다. 물론 틀릴 수도 있습니다.